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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구마모토에서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우중 라이딩을 경험한 뒤 다시는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는 객기는 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다음 해인 2024년 5월, 설악 그란폰도를 완주한 뒤에는 이런 험난한 자전거 대회도 이젠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23년 일본 구마모토에서의 우중라이딩. 시간당 100mm가 가까이 내린,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였다. /24년 설악 그란폰도 . 대회 특유의 경쟁적 분위기가 어려워서 잘 참여하지 않지만 ‘설악 한번쯤은...’ 이란 생각으로 갔었다.그 즈음부터 내 자전거 생활의 방향은 많이 달라졌다. 기록과 도전보다는 안전하게, 즐겁게 타는 라이딩이 더 좋아졌다.그런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두 가지를 한 번에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애초에 올해 설악 그란폰도는 내 계획에 없었다.하지만 이 대회를 위해 오랜만에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출장을 오게 된 친구가 있었고, 함께 참가하자는 오랜 친구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이번 대회는 기록보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라이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완주하면 좋고,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무엇보다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한 훈련도 하지 않았다. 대회 멤버들과 주말 포천 150km 라이딩을 다녀온 것이 준비의 전부였다. 다만 더위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날씨, 그리고 단축 코스가장 큰 변수는 역시 날씨였다.대회가 6월로 연기된 시점부터 가장 걱정했던 것은 폭염이었다.다행히 대회날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한시름 놓는 듯했다.하지만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예보는 포천출장샵 흐림에서 비로 바뀌었고, 대회 이틀 전에는 전국적으로 강한 비가 예보되었다.뭐지 이 기시감은...대회 당일인 6월 20일 강원도 인제군의 날씨 예보..결국 이번에도 비는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대회 하루 전, 안전상의 이유로 그란폰도 코스는 메디오폰도 코스로 변경 공지가 올라왔다.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반가운 결정이었다.그란폰도 코스 그대로였다면 DNS까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메디오폰도는 약 105km, 누적 상승고도 약1,700m.평소라면 크게 부담스러운 코스는 아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강원도 산악 코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이번 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 아니라 우중 라이딩을 위한 준비였다.대회 이틀전 공홈에 올라온 축소 운영 공지.메디오폰도 코스에, 컷오프도 없었다.우중 라이딩 준비그래서 이번 설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2018년 설악 그란폰도 후기였다.전설처럼 회자되는 그 해의 후기들을 들어보니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추웠다.”물론 2018년 대회는 5월이었고, 올해는 6월이라 기온 차이는 있었다.하지만 기온은 함정이다. 초여름 기온이라도 비를 맞은 채 몇 시간씩 라이딩을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젖은 몸은 업힐에서 데워졌다가 다운힐에서 다시 식기를 반복하며 체온을 계속 빼앗긴다.게다가 강원도의 변화무쌍한 산악 날씨를 생각하면 6월 중순이라도 보온에 대한 대비는 필요해 보였다.결국 아무리 좋은 방수 의류라도 장시간 비를 맞는 것에 한계가 있다. 어차피 젖는다. 그 와중에 적절히 체온만 유지할 수 있다면 라이딩은 계속할 수 있다.이번에는 그 점에 맞춰 포천출장샵 평소보다 조금 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준비했다.이번 대회를 위해 급히 구매한 벨로토즈 레인 슈커버. (좌측아래)초반에는 비를 엄청 효과적으로 막아주었지만, 결국 악천후 속에서 빗물이 클릿 슈즈 아래로도 침투했다.대회 후반쯤 되자, 결국 양말이 다 젖은 상태가 됐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색상 : 화이트 / 사이즈 : M (250-270)역시 급히 구매한 토픽 디플레쉬 펜더 (혹은 애스 세이버).워낙 악천후라 나의 엉덩이 보호가 무의미 하긴 했지만, 이 장비 역시 없는 것보단 나았다.모델명 : 디 플레쉬 익스프레스 / 종류 : S(TC9655)우중 라이딩을 위해 준비한 것* 카고빕 (수납)* 쪽모자 (보온, 시야 보호)* 암 슬리브 (보온)* 니 워머 (보온)* 장갑 (보온)* 질렛 (보온)* 윈드 자켓 (보온)* 레인 자켓 (방수)* 슈커버 (방수)* 프레임 팩 (방수, 수납)* 지퍼백 (방수, 수납)* 클리어 렌즈 (방수, 시야 보호)* 애스 세이버 (다람쥐 방지)평소 라이딩에서는 최대한 가볍게 다니는 편이다.하지만 우중 라이딩만큼은 생각이 다르다.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가 오히려 적당하다.‘이런 것까지 필요할까?’ 싶었던 물건들도 막상 비를 맞기 시작하면 대부분 한 번쯤은 쓰게 된다.도움이 되었던 것들준비했던 것들은 대부분 기대 이상이었다.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체온 관리를 위한 레이어링이었다. 여름철에 레이어링이란게 참 애매하긴 했다. 과하면 더울 것이고, 부족하면 추울 것이었는데, 일단 약간 과하다 싶게 챙긴 옷을 모두 착용을 하고 나갔다.더우면 벗어 프레임 팩에 넣어버릴 생각이었다. 비를 포천출장샵 계속 맞으며 달렸지만 춥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고, 업힐에서는 비가 몸을 계속 식혀주니, 그렇게 덥지도 않았다. 반면 방수 정도만 신경 쓴 라이더들 중에는 추위에 떠는 분들도 꽤 보였다.업힐에서 더워지면 레인 자켓 정도만 벗어 주는 정도였다.이번 라이딩에서 가장 유용했던 장비를 꼽으라면 아피듀라 프레임 팩과 골드윈 컴팩트 런 메쉬 캡이였다.프레임팩은 평소에는 종주처럼 긴 투어 라이딩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중 라이딩에서는 활용도가 기대 이상이었다.수납공간이 넉넉해 젖은 몸에 이것저것 넣고 다닐 필요가 없었다.지퍼백에 넣어둔 전자기기, 보급식, 벗어둔 장갑이나 자켓 등을 필요할 때마다 쉽게 꺼내고 다시 넣을 수 있어 계속 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가 훨씬 편했다.우중 장거리 라이딩이라면 프레임팩은 꼭 추천하고 싶은 장비다.혹시 몰라 챙겼던 모자도 의외의 아이템이였다. 사실 자전거용 모자는 아니고, 골드윈에서 나온 챙이 짧은 형태의 트레일 러닝용 모자이다.찍힌 사진을 보면 모자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는 고글 부분에 빗물이 거의 맺히지 않았다. 사진 감사합니다.@cheus.cho흔히 쪽모자라고 부르는 이런 형태의 모자는 평소 라이딩에 거의 사용할 일이 없지만, 이번 우중 라이딩에서는 고글 렌즈의 표면으로 빗방울이 직접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어 시야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반대로 전자기기는 역시 취약했다.방수 성능을 믿고 사용하더라도 장시간 비를 맞으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대회 운영결론부터 말하면, 비를 맞으며 달리는 편이 폭염 속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포천출장샵 나았다.물론 노면이 미끄럽다는 점은 끝까지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노면 자체의 상태는 매우 좋았다. 포트홀이나 거친 노면을 지나는 구간이 거의 없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다운힐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내려왔다. 속도보다는 안전을 우선했고, 그 덕분에 오히려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업힐도 심박을 무리하게 올리지 않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했다.친구들과 최대한 같은 그룹으로 움직이며 서로 기다려주고, 바람을 막아주면서 끝까지 함께 달렸다.기록을 노렸다면 아마 이런 라이딩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멍상태로 가고 있는데 큰소리로 응원과 웃음 주셨던 사진 작가님. 감사합니다. @photo_ok_bro대회 연기와 일정 변경으로 대회 전에는 불만 섞인 이야기가 많았고, 나 역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막상 참가해 보니 왜 설악 그란폰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전거 대회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특히 우천 상황에 대한 준비가 인상적이었다.다운힐과 코너구간 마다 배치된 안전요원과 사이렌, 곳곳에서 교통을 통제해 주신 경찰분들, 여유로웠던 보급, 추억을 남겨주신 사진 작가님들, 행사장 운영까지.악천후라는 조건을 감안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덕분에 많은 참가자들도 기록보다는 안전에 집중하며 대회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이번 대회는 친구 덕에 좋은 기회로 GCN 형님들도 가까이 할 수 있었다.좋은 시간 보내다가 돌아갔기를!후유증라이딩은 만족스러웠지만 후유증은 꽤 남았다.대회를 위해 급하게 구매했던 벨로토즈 슈커버는 단 한 번의 라이딩 만에 찢어졌다.한 달 전 꾸역꾸역 되살려냈던 블랙박스인 포천출장샵 플라이12는 침수 증상이 생겼다.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역시 자전거였다.샵 점검 결과 헤드셋 베어링은 녹이 심하게 진행되어 교체가 필요한 상태였고, 그 외에도 자잘한 문제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아직 최종 견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비비가 꽤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우중 라이딩은 라이더도 힘들지만 자전거에게는 더 가혹하다.라이딩 후 세차와 구동계 관리까지는 했지만, 헤드셋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는 막기 어려웠던 것 같다.이번 대회의 후유증들. 아직 내가 확인 못한게 많을 것이다.마무리기록은 아마 4시간 40분대 정도로 들어온 것 같다. 잘 모르겠다.이번 설악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기록이 아니라 준비였다.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두 가지 상황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되었지만, 미리 예상하고 준비했던 것들이 대부분 제 역할을 해줬다.특히 우중 장거리 라이딩에서는 (방수는 기본이고)체온 유지를 고려한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마음의 준비였다.기록을 세우거나 자신과 싸우겠다는 마음보다, 오랜 친구들과 비 오는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것처럼 그저 함께 즐기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던 것이 오히려 더 좋은 하루를 만들어 주었다.계획에 없던 일들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하지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음가짐을 다시 정리한 뒤 차근차근 준비하면,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설악에서 배웠다.이번 대회를 위해 임시 생성 한 친구들간의 그룹채팅방. 설정 해 놓은 사진이 참 좋았다.#설악그란폰도2026 #세나설악그란폰도 #우중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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